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38

[단편] 검자줏빛 튤립 * * * 여자의 몸으로 군에 몸을 담게 되기까지 배경에 별로 대단한 사연이 있지는 않았다. 가정 단위의 평범한 비극은 세상천지 길가에 치이는 돌만큼이나 흔한 것 아닌가? 구태여 내 개인적 인생 역정에 대해 구구절절 넋두리를 늘어놓을 필요는 없으리라 믿는다. 나의 비극이라는 것은 딱 남들만큼의 평범한 비극이었다. 내 자신을 특출나게 불쌍하다 여긴 적도, 그런 시선을 달갑게 여겨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누가 물어보는데 굳이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얼버무리는 것은 어딘가 좀 떳떳하지 못해보이는 것 같아 나는 누가 가정환경에 대해 물어오면 간략하게나마 솔직히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면 대부분 화들짝 데인 듯 어색하게 말을 돌렸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는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솔직히 이야기하는 편이 .. 2018. 11. 6.
2359 18.09.22 하루하루 버텨냄에 바빠 사색을 할 여유도, 시간도 없이 점점 무뎌져 간다. 그렇게, 크림빛으로 바래간다. 2018. 9. 22.
1854 02.07.18 사람은 항상 합리적으로 살아야하는가. 경주마처럼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잠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1년만' 투자 하는 것이 그토록 반대를 받을 일인가. 통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부모란 그렇게나 중요한 존재이기에, 인정을 받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이 그토록 실망시키는 일인가. '멋있어서'라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를 잠시 옆에 놓아두고 1년만 투자하고 다시 궤도로 돌아올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것인가. 나는 기대를 저버린, 실망스러운 자식인가. 2018. 7. 2.
마음 아프고 어두운 곳그 곳은 내 마음.바람이 할퀴고가헝클어진 내 마음. 2018. 6. 15.
[단편] 흥남 그 이후: 전직 스파이의 회고 * * * 당신네들이 '흥남 참사'라고 부르는 그거 말이죠, 우리네는 어떻게 부르는 줄 알아요? '흥남 상륙작전'이라고 불러요. 어쨌거나 그 지옥에 상륙한 누군가는 살아남아서 깃발을 꽂았다 이거에요. 작전 목표는 달성했으니까 영웅적 희생을 통해 달성한 영광스런 승리 아니겠어요? 제가 왜 이 얘기를 하냐면, 당신네 미국인들하고 우리는 같은 민주사회여도 죽음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 이거에요. 당신네들이 '국화와 칼' 읽으면서 옛날에 일본 놈들 이해해보려 한 거 같이 동양과 서양의 정신문명 차이 때문이랄 수도 있고, 아니면 2차한국전에 얽힌 심정적 이해관계 수준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이유야 뭐 갖다 붙이려면 얼마든 많겠지만 어쨌거나 핵심은 뭐냐면 거 옛날에 걸프전 직전에 후세인이 인터뷰에서 한 .. 2018. 6. 8.
2259 02.05.18 (01.01.16) 만성적인 외로움,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 모든 일이 끝난 지금에도 채워지지 않는 가슴 속의 이 감각은 내가 짊어지고 가야하는 짐인가. 내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 이전이 끊임 없는 답 할 수 없는 질문들의 연속들과 슬픔들의 압도적인 힘에 깔려 죽어가면서도, 아등바등 힘을 써보겠다고, 내 스스로 답을 내어보겠다고 발버둥치며 느껴지던 고통이라면- 지금은 무엇이라고 할까, 고통이나 그 압도적임에 경도된 마비의 감각보다는, 길을 잃은 것만 같은 감각일까. 모든 것이 끝났을때 느낀 고양감은 찰나와도 같이 지나가고 상처의 자리는 까닭모를 마일드한 우울감과 탈력감이 자리를 메꿨다. 문제가 끝났다고 해서 그 경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이것은 감정의 관성이라고 믿고 싶다. 아니라면 나는 그 밑바닥.. 2018.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