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2 [단편] 흥남 그 이후: 전직 스파이의 회고 * * * 당신네들이 '흥남 참사'라고 부르는 그거 말이죠, 우리네는 어떻게 부르는 줄 알아요? '흥남 상륙작전'이라고 불러요. 어쨌거나 그 지옥에 상륙한 누군가는 살아남아서 깃발을 꽂았다 이거에요. 작전 목표는 달성했으니까 영웅적 희생을 통해 달성한 영광스런 승리 아니겠어요? 제가 왜 이 얘기를 하냐면, 당신네 미국인들하고 우리는 같은 민주사회여도 죽음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 이거에요. 당신네들이 '국화와 칼' 읽으면서 옛날에 일본 놈들 이해해보려 한 거 같이 동양과 서양의 정신문명 차이 때문이랄 수도 있고, 아니면 2차한국전에 얽힌 심정적 이해관계 수준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이유야 뭐 갖다 붙이려면 얼마든 많겠지만 어쨌거나 핵심은 뭐냐면 거 옛날에 걸프전 직전에 후세인이 인터뷰에서 한 .. 2018. 6. 8. [단편] 켈로이드(흉터종) 환상통 * * * 비가 내린다. 밤이 살풋 내려앉은 도시 위로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비에 어깨춤이 젖는다. 어느샌가 암흑빛 캔버스 위로 주황빛, 흰빛의 빛조각들이 비의 흔적 위로 색색이 내려앉는다. 이따금 지나가는 차가 캔버스를 즈려밟을 때면 그 바람에 일렁이는 캔버스 위 빛의 조각들이 하늘하늘 왈츠를 춘다. 가만히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 적막감만이 감도는 버스정류장에는 찬 밤공기마저 가만히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이슬비 방울방울이 아스팔트 위로 톡톡 내려앉는 소리마저 들려오는 듯한 암전과 같은 적막. 그 깨끗한 적막에 감각이 예민해져온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는 왼쪽 다리가 쿡쿡 쑤시곤 한다. 주물러봐야 그때뿐인 진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류장 좌석에 앉아 가만히 다리를 주무르고 있자면 은은히 욱신거리는.. 2017. 1.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