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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방/시6

마음 아프고 어두운 곳그 곳은 내 마음.바람이 할퀴고가헝클어진 내 마음. 2018. 6. 15.
사막에 부는 바람. 모래 언덕 정상에 내려앉은 정적아. 너를 방석 삼은 소리라곤 감아둘러 펄럭이는 스카프 소리와 모래 표면을 비틀거리며 내달리는 바람 소리 뿐이구나. 정적을 꼬리에 매달아 사막을 내달음치는 공허한 메아리야, 너는 사막 벌판 끝 그 어디로 내달려 가느냐? 모래 알갱이를 딛고 살아온 그가 얇게 읊조리니, 비 오는 날도, 바람 부는 날도, 정적이 똬리를 틀고 앉는 날도 있는 이 곳이 바로 하늘이렸다. 2017. 7. 4.
아드리아해로부터 바다 위에 두 발로 선채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암청빛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 빛에 홀려 알아차리지도 못한채 조용히 다가온 먹먹한 슬픔에 살폿 쌓여 가라 앉아 버릴 것만 같은 때가 있다. 한숨 쉴 힘도 없이 가만히 고개를 떨구어 갑판 밖으로 내민 왼손 손가락 사이사이만을 바라보고 있자면, 손가락 틈새로 지나쳐가는 부서진 파도의 푸르고, 하얀 포말의 파노라마 위에 가만히, 그저 가만히 몸을 뉘이고만 싶다. 그래서 이름 모를 섬의 이름 모를 해변에 닿을 때까지, 그저 두둥실 떠내려가고만 싶다. 2017. 6. 10.
캔버스 그대가 있는 곳 나는 없고 나 있는 곳엔 그대가 있다 나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 그대를 나와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을 그대를 그리며 이따금 어두운 천장을 캔버스 삼아 가만히 그대를 그려본다. 2017. 1. 9.
상념 황금빛 시냇물 맑게 속삭이며 지나가고 숲 속 어디선가 불어오는 산들바람 스치며 작은 새의 지저귐 사뿐히 내려 놓고 가는데 너른 숲 속 나뭇가지 사이로 드리우는 부드러운 햇살 아래로는 오직 나 홀로만 앉아 있는 듯 하네요. 햇살과 바람 한데 모여 앉아 시간마저 잠시 멈춰 가는 순간에도 시냇물은 졸졸 분연히도 흐릅니다. 찰나의 순간 흘러 지나치는 시냇물처럼 마음 속 모든 것을 꺼내어 오롯이 한데 담아 시냇물에 살풋 띄워 보낼 수 있음 좋으련만 그럴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요. 2017. 1. 9.
잿빛 자화상 황량히 잿빛으로 바싹 마른 억새풀만 가득한 광야에서 꼿꼿이 나뭇잎 하나 없이 나뭇가지만 무성하게 드리운 채 외로이 말라 비틀어진 나무 한 그루와 마주쳤다. 그 이름 모를 나무를 지나쳐 걸어가려다가 까닭 없이 드는 서글픈 마음에 그 앞에 난 가만히 멈추어 선다. 그 이름 모를 나무가 처량해 보여 함께 앉으니 문득 나무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 잘 보아달라 읊조리는 그대 속삭임에 유심히 다시 한 번 살펴보니 그대 그 모습이 어딘가 낯이 익다. 이런저런 상념을 말라 비틀어진 가지에 매단 모습이 언젠가 겨울 뒤 봄기운 내리면 나뭇잎을 피워 보이겠노라 그렇게 되리라, 비웃는 잿빛 세상에 외로이 외치는 그 모습이 그제야 나는 아, 너는 나무가 아니라 나로구나 싶었다. 2017.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