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떤이의 삶

2259 02.05.18 (01.01.16)

by 경계인 A 2018. 5. 2.

만성적인 외로움,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 모든 일이 끝난 지금에도 채워지지 않는 가슴 속의 이 감각은 내가 짊어지고 가야하는 짐인가.


내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 이전이 끊임 없는 답 할 수 없는 질문들의 연속들과 슬픔들의 압도적인 힘에 깔려 죽어가면서도, 아등바등 힘을 써보겠다고, 내 스스로 답을 내어보겠다고 발버둥치며 느껴지던 고통이라면-


지금은 무엇이라고 할까, 고통이나 그 압도적임에 경도된 마비의 감각보다는, 길을 잃은 것만 같은 감각일까.


모든 것이 끝났을때 느낀 고양감은 찰나와도 같이 지나가고 상처의 자리는 까닭모를 마일드한 우울감과 탈력감이 자리를 메꿨다.


문제가 끝났다고 해서 그 경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이것은 감정의 관성이라고 믿고 싶다.


아니라면 나는 그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에, 채워지지 않는 공허를 채우기 위해 끝없이 애정만을 갈구하는 블랙홀과도 같은 인간이 되어버린 것일테니까.


두렵다 사실.



새해벽두부터 끝내주는 시작이구나.


- - -


2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의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길을 잃은 것과 같은 이 감각이 일상이 되어, 조용히 받아들이게 되어 이것이 새로운 '정상'이 되어버린 것이 차이일까.


과거로부터의 공허는 심장의 구멍으로 남아 음울한 하울링을 발한다. 그 공허의 노랫소리 속엔 익숙해진 두려움과 무뎌지는 외로움이 있다. 


오랜 기간 지속된 강렬한 감정의 인식 - 나는 그 아픔 가닥 하나하나 모두를 참 예민하게도 느껴왔었지. 그 강렬함에 삭아 귀퉁이부터 침식되어 내 자신조차 내 마음의 까닭과 사유를 조리할 수 없게 변해가는 것일까. 


내 자신이 정확히 어떤 기분인지조차 모르겠는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라 하는 것일까.


나는 나를 지켜내어야 했다. 지금의 나는 그 선택들의 결과물.


그 결과물인 나는 무엇인가.

'어떤이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59 18.09.22  (0) 2018.09.22
1854 02.07.18  (0) 2018.07.02
2341 25.04.18  (0) 2018.04.25
1236 07.04.18  (0) 2018.04.07
10.06.17-12.06.17; 슬로베니아에서의 단상  (0) 2017.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