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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 11.01.17 그간 조금 우울한 얘기를 이틀 연속으로 해왔으니 오늘은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까. 아니 조금은 감성적인 이야기일까. 짝사랑을 했었다. 1년 반 정도, 가슴 아리게. 짝사랑이자 첫사랑이었던 풋내 나는 서투른 사랑의 끝은 이러한 종류의 이야기의 끝맺음이 대부분 그러하듯, 좋지 않았다. 끝맺음 없이 책을 쓰다 말고 떠난 느낌이었다. 그 이후 3년의 기간. 그 기간 동안 그녀는 나에게 있어 인간이라기 보다는 무엇이라고 할까, 종교적 심볼에 가까운 무언가로 변해갔다. 그녀를 맹렬히 증오했고, 그런 그녀를 증오하는 나에게 역겨움을 느꼈고, 그러면서도 그녀를 여전히 - 아마 확실히, 사랑했었다. 진정한 의미의 극복은 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노력을 기울인 뒤, 그녀와 대면함으로써 이루어졌다. .. 2017. 1. 12.
[단편] 켈로이드(흉터종) 환상통 * * * 비가 내린다. 밤이 살풋 내려앉은 도시 위로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비에 어깨춤이 젖는다. 어느샌가 암흑빛 캔버스 위로 주황빛, 흰빛의 빛조각들이 비의 흔적 위로 색색이 내려앉는다. 이따금 지나가는 차가 캔버스를 즈려밟을 때면 그 바람에 일렁이는 캔버스 위 빛의 조각들이 하늘하늘 왈츠를 춘다. 가만히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 적막감만이 감도는 버스정류장에는 찬 밤공기마저 가만히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이슬비 방울방울이 아스팔트 위로 톡톡 내려앉는 소리마저 들려오는 듯한 암전과 같은 적막. 그 깨끗한 적막에 감각이 예민해져온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는 왼쪽 다리가 쿡쿡 쑤시곤 한다. 주물러봐야 그때뿐인 진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류장 좌석에 앉아 가만히 다리를 주무르고 있자면 은은히 욱신거리는.. 2017. 1. 10.
[공지] 이 곳에 대하여. 이 곳에 눌러 앉은 경계인 A입니다. 아직 단장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주인으로써 마땅히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정도는 이야기 하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글을 씁니다. 별달리 대단찮은 곳은 아닙니다. 제 글이나 끄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하고, 가끔 마음이 동하면 이런저런 책이나, 영화 얘기를 좀 할겁니다. 다녀왔던 여행지 사진도 좀 올리고, 뭐 다른건 아직 생각해본 바가 없네요. 아, 아마 옷 얘길 좀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생각이 나면 뭔가 더 하게 되겠죠. 별 곳 아닌 곳이니, 비 오는 늦가을 밤 혼자 카페에 왔다고 생각하시고 계시다 가시면 좋겠습니다. 카페니까 배경음악 같은 것도 잔잔한 테마로 깔던가 할게요. 편히 쉬다 가세요. 댓글 남겨주시면 더 좋고요. 좀 오래된 글이라도 겁먹지 .. 2017. 1. 10.
0013 10.01.17 살아오며 나름대로 관찰해보건데, 세상은 일반의 자아와, 큰 자아와, 높은 자아를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관찰을 하기까지 달리 대단한 이유는 없다. 내 자아감과 타인의 자아감 간의 거리감을 가늠하다보니 자연스레 느껴지게 된 것이 아닐까. 일반의 자아를 가진 사람들은 그런대로 현실에 순응하고, 삶에 대한 물음을 이따금 갖기도 하지만 어영부영 넘겨버리거나 나름의 - 미봉책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평범히 살아가는듯 하다. 그들은 그런 추상적 담론보다 주로 당장 당면한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문제들을 오롯이 짊어지고 감에 이미 벅차다. 결국 그들에게 인생이란 남들이 생각하는 세간의 일반적 행복 기준에 맞춰, 그럭저럭 근근히 따라가며, 자신을 그 기준에 영합하며 살아가는 것이니까, 아마 .. 2017. 1. 10.
캔버스 그대가 있는 곳 나는 없고 나 있는 곳엔 그대가 있다 나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 그대를 나와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을 그대를 그리며 이따금 어두운 천장을 캔버스 삼아 가만히 그대를 그려본다. 2017. 1. 9.
상념 황금빛 시냇물 맑게 속삭이며 지나가고 숲 속 어디선가 불어오는 산들바람 스치며 작은 새의 지저귐 사뿐히 내려 놓고 가는데 너른 숲 속 나뭇가지 사이로 드리우는 부드러운 햇살 아래로는 오직 나 홀로만 앉아 있는 듯 하네요. 햇살과 바람 한데 모여 앉아 시간마저 잠시 멈춰 가는 순간에도 시냇물은 졸졸 분연히도 흐릅니다. 찰나의 순간 흘러 지나치는 시냇물처럼 마음 속 모든 것을 꺼내어 오롯이 한데 담아 시냇물에 살풋 띄워 보낼 수 있음 좋으련만 그럴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요. 2017. 1. 9.